삿포로에서 처음 맞이하는 아침식사는 호텔 맨 꼭대기에 있는 조식뷔페식당에서 먹기로했다.
으리으리한 뷔페식당에 들어서니까 먼저 보이는건 넓직한 창문으로 보이는 높지는 않지만 마치 피렌체같이 작게 지어져있는 수많은 건물의 삿포로 시내였다.
일본의 만화를보면 실사처럼 만들어진 장면에 나와서 이게 어디를 그려놓은건가 했더니 바로 이 삿포로 시내였다.
일본만화에 나와서 유명해졌다기보다는 만화를 보면서 참 멋있는 시내모습이다라고 감탄했었는데 그 장면이 여기 그대로 지금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거다.
음식을 가져오기전에 의자에 앉아서 다른쪽 모습을 보니까 여기에는 멀리 삿포로에 있는 설경이 있는 눈으로 덮힌 산까지 보여서 더 멋있어 보였다.
어제 긴 일본횡단철도여행에다가 저녁에도 달랑 라면 한개밖에 먹질 못해서 오늘은 아침을 든든하게 먹을려고 많이 가져왔는데 어느나라 조식에나 있는 햄, 베이컨에다가 일본이라 구운생선 여러가지, 일본 짠 반찬 여러개, 계란말이, 삶은계란이 있었고 삿포로 향토음식인 알저린거에 생새우 작은거, 미역등 일본 음식이 많이 있었다.
일본음식은 우리나라하고 가까운 나라라 비슷한 것도 많이 있지만 요리법도 같고 우리나라에도 많은 일식집이 있어서 일본에서 밥을 먹으면 입맛에 맞고 오히려 더 맛있다.
일본음식을 많이 먹었지만 더 먹어둘려고 크로와샹, 크림빵에 카스테라도 먹고 파인애플, 프루이트 칵테일같은 과일을 디저트로 먹고 입가심으로 커피 한잔을 마시는데 호텔요금은 하루에 15만원이 조금 넘지만 삿포로가 지방이고 일본은 지방도 호텔이 거의 도쿄같이 좋지만 가격은 비싸지않아서 후쿠오카, 오사카보다도 더 좋은 호텔에서 오래간만에 호의호식하면서 고급스럽게 조식을 맜있게 먹었는데 아침 조식가격은 다먹고 계산하니까 무려 3024엔으로 3만원정도해서 아마 내가 해외여행 십여년동안 먹은 조식가격으로는 1,2위를 다툴거다.
비싼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오늘의 홋카이도 여행지인 비에이로 가기위해서는 처음가봐서 어렵지 간단하게 생각하면 호텔하고 같은 건물에 있는 삿포로역에서 열차를 타고 1번만 갈아타면 갈수있다.
비에이가 홋카이도로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 팜플렛도 많이 있어서 가는 방법도 자세하게 나와있는데 여기 기차역 창구에서 JR패스를 내밀고 그냥 비에이라고 말하면 하도 사람들이 많이가서 티켓만 말없이 내준다.
아직 시차가 첫차도 시작 안했는지 아웃 어브 서비스라고 나와있는데 내가 탈 지역특급 카무이 7이 9시에 출발해서 아사히카와까지 간다는 안내가 적혀있었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해서 안내판에 적혀있는 삿포로의 한문을 찍어두고 지금 찾아보니까 한문으로는 찰황으로 굳이 해석한다면 건조하고 넓은 땅이라는데 뭐 별 획기적인 의미는 없는거 같다.
일본의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면서 내가탈 기차칸이 어디인지 찾을려고 보면 자세하게 타야할 기차의 이름과 기차칸이 각각 적어서 걸어놓았는데 시간을 정확하게 1분도 안틀리게 지키려는 강박관념에 여기에서 또 기차칸을 잘못 탈까봐 기차종류마다 명패를 걸어놓았는데 타는 사람들은 쉼게 찾아서 편하기는 한데 이것도 우리 누나가 보면 강박관념이 있다고 뭐라고 할거같다.
각각 다른 방향으로 가는 라일락, 카무이, 스즈란 기차마다 칸번호가 다 적혀있다.
기차를 타는 8번선인데 첫차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줄을 잘서는 일본사람답게 길게 일렬로 줄지어서있는데 자유석이 아니라 좌석이 정해져있는 지정석으로 티켓을 예약해 놓았으니까 줄서있다고 못탈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금 있으니까 아직 9시가 되지는 않았는데 은색의 미래열차처럼 생긴 카무이 7이 달려오고 있었다.
어제 신하코다테 호쿠토에서 삿포로까지 타고왔던 특급 슈퍼호쿠토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슈퍼호쿠토보다는 이게 더 날렵하게 생긴거 같다.
JR패스로 돈내지않고 무료로 받은 티켓은 9시에 삿포로에서 출발해서 10시25분에 아사이카와에 도착하는 카무이 7으로 4호차 12D 좌석이다.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지역특급이라 신칸센보다는 천천히 가면서 창문밖으로 홋카이도의 설경을 감상하면서 즐겁게 갔는데 관광지인 비에이로 가는 기차안이라 커플도 많이 있었고 이쁜 여자들도 많이 타서 왜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도 기차를 좋아해서 기차에 빠져있는 오타쿠가 많은지 그 이유를 알수 있었다.
정확히 10시25분에 도착해서 내리고 서있는 카무이 7을 찍어보았는데 멈춰서있는걸 보니까 색도 은색이고 꼭 야마토나 하록선장같은 일본 공상과학만화에 나오는 우주선처럼 생겼는데 잘 생각해보면 은하철도 999처럼 우주를 달릴거도 같은데 그렇게 생각해보면 아까 그 늘씬한 여자들이 메텔처럼 머리위에 커다란 검은 털모자만 안 썻다 뿐이지 똑 같은데 남자주인공인 그 키작은 호시노 데츠로는 어렸을때부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비에이로 가기 위해서는 바로 한번에 가는 기차는 없고 여기 아사히카와에서 한번 내려서 다시 기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기차들이 둘다 속도가 느려서 먼거리는 아닌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사히카와에서는 진자 시골열차처럼 생긴 옛날기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이 기차를 탈때는 아예 티켓을 살 필요도 없이 지하철 탈때처럼 JR패스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기차를 타기전에 아무리봐도 영어로 쓰여있질 않아서 이게 맞나 고민했는데 한자와 일본어로만 쓰여있는 이 안내판을 짧은 한문실력과 하나도 모르는 일본어로 해석할수가 없었는데 이집트 상형문자 해석한다고 생각하고 스타게이트의 일본어 비슷한 글자를 맞추려면 아까 보았던 아사히카와의 일본어와 한문을 읽지도 못하니까 그냥 머리에 그려져있는 그 모양 그대로 맞춰서 읽어보니 맞다고 판단을 내려서 스타게이트처럼 아사히카와에서 푸라노까지 가는 게이트로 진입할수 있었다.
스타게이트로 들어가보니 영화처럼 눈이 빙글빙글 돌고 몸이 떠서 회전하지는 않았고 생긴거하고는 다르게 잘되어있고 깨끗한 시골열차였다.
딸랑 두칸만 있는 열차에 기관사가 있는 운전실은 그나마 철도원을 생각나게하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차분하게 기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위쪽에는 일본버스처럼 내리는 역마다 요금이 표시되는 안내판도 달려있다.
기차를 천천히 완행열차처럼 타고가면서 밖을 바라다보면서 점점 북쪽으로 갈수록 더 많이 쌓여있는 눈으로 덮혀있는 홋카이도를 보니 십년전에 저런 눈에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스키를 탔었던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제는 스키타기에 힘든 나이도 되고 스키 좀 타지 말라는 주위의 협박도 있는데 다시 스키를 시작해볼까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비에이에서 유명한 곳인 청의호수를 보기위해서 어떻게 가야하나 일본오기전에 집에서 많이 고민을 했는데 인터넷을 뒤적이다보니까 다행히도 청의호수까지 가는 관광버스가 있다고해서 걱정을 안하고있었는데 여행오기 바로 몇일전에 자세히 다시 읽어보았더니 아니 이 관광버스가 내가 가는 겨울에는 안하는거다.
그래서 다른 방법이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다시 인터넷을 뒤적였더니 관광버스는 아니고 볼품은 없지만 도호쿠 시골버스가 하나 겨울에도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돌아다니는데 문제는 이 시골버스가 하루에 다섯번밖에 없어서 시간을 맞춰줘야 다시 비에이역으로 돌아오지 잘못해서 버스를 놓치면 나를 위해서 태워주러 오는것도 아니니까 주의해야한다.
지금 시간이 11시15분이니까 12시11분에 출발하는 세번째 버스를 타고 20분만에 청의호수에서 내려서 관광을 하고 청의호수에서 버스를 타려면 4시까지 기다려야하는데 3시간동안 기다릴수가 없어서 다음 정류장인 시로가네 온천까지 버스로 6분거리니까 걸어가면 아무리 걸려도 1시간내에는 갈수가 있을거 같아서 걸어가서 시로가네온천에서 다른 관광지인 수염폭포를 보고 식사를 뜨뜻하게 먹고 여유있게 쉬다가 4시43분에 시골버스를 타고 5시14분에 비에이역에 도착하는거로 일정을 짯는데 생각해보면 내가 일정을 짠게 아니라 비에이 관광청에서 딱딱 시간이 맞게 버스를 돌아다니게 하는거 같았다.
작지만 하얀 눈에 쌓여있는 아담한 비에이역이다.
꼭 우리나라 대한제국때 일제시대때 볼수있는 서울시청같은 건축양식을 보는거 같다.
도호쿠 시골버스를 타는곳은 비에이역에서 앞으로 조금만 가서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이런 표지판을 볼수있다.
뭐라고 써있나 읽어보면 한국어로도 정리권을 손에 취해주세요라는 한국어이긴 한데 뭔말인지 모르는 글이 적혀있고 버스시간표하고 2000엔, 5000엔, 10000엔같은 고액지페는 쓸수없다는 글이 적혀있는데 그럴줄알고 나는 해외에서는 언제나 주머니에 많은 동전을 가지고있다.
맨 밑에는 도카드라는 교통카드를 쓸수있다는 글이 적혀있어서 홋카이도에 온 기념으로 이 카드를 한번 사볼까 하다가 홋카이도에는 지하철도 없고 버스도 별로 탈일이 없어서 안 사보기로했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는데 날씨는 춥고해서 어디 들어가있을때 없나하고 생각하다가 베에이역앞에 있는 관광센터로 가서 몸도 피하고 구경하러 갔다.
안에는 기념품도 팔고있어서 아름답게 찍은 사진전문가의 엽서 10개세트를 650엔에 사고 둘러보았더니 아사히카와에서 비에이를 거쳐 다른 관광지인 후라노까지 가는 기차 시간표가 붙어있었다.
시간되면 후라노도 보고오면 좋은데 후라노는 사실 겨울보다는 봄, 여름, 가을에 피어있는 꽃들과 나무들을 보러가지 겨울에는 볼게 별로 없다.
그 밑에는 도호쿠버스 시로가네 라인 시간표가 붙여있는데 혹시나해서 직원한테 버스시간표가 나와있는 안내지가 있으면 달라고 했더니 한글로된 2페이지짜리 비에이안내지를 주었는데 여기에 비에이에 필요한 모든 설명이 다 나와잇으니 달라고해서 한개 챙겨두는게 좋다.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기다리는데 아직 20분이 남았는데 추워서 어디 몸이라도 잠깐 녹이게 따뜻한 커피 마실데가 없나 둘러보다가 정류장 바로뒤에 카페가 지하1층에 있길래 들어가서 마침 부활 김태원의 눈이 쌓인 겨울을 배경으로한 핫쵸코 광고가 생각나서 핫쵸코를 300엔에 따뜻하게 마셨다.
핫쵸코를 마시다가 여기 비에이로 오기전에 여기에서는 걸어다닐때 곰을 조심하라는 블로그 글을 읽은게 생각나서 늘씬한 여자직원한테 혹시 비에이에 곰이 나타나냐고 물어보았더니 여자직원이 리락쿠마라는 곰캐릭터를 말하면서 놀라면서 있다고 하는데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는 아줌마는 흥분한 일본어로 옛날에 있었던 사건을 심각하게 얘기하는게 아무래도 청의호수에서 시로가네 온천까지 걸어갈때 곰이 덮치는걸 조심해야겠다.
핫쵸코를 따뜻하게 마신 카페는 비옐이라는 곳인데 시골에 있는 카페치고는 관광지라 그런지 인테리어가 좋은 카페이다.
눈으로 덮혀서 하얗게 되어있는 도로위를 자동차가 조심스럽게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는데 새삼스럽게 재미있어 보인다.
12시11분이 되니까 오래되어서 낡아보이는 도호쿠 시골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게 천천히 달려오고있다.
도호쿠버스를 타면 실내가 거의 우리나라 시골버스하고 같은 분위기이고 낡았는데 그래도 주로 가는 청의호수까지 가는 시간하고 요금이 손글씨하고 집에서 프린터로 인쇄한듯한 종이를 노란색테이프로 창문위에 부쳐두었는데 좀 멀어서 정확히는 내용을 읽을 수는 없었다.
그러고나서 앞을 보았더니 똑같은 프린터종이에 같은 내용이 적혀있는게 붙여있어서 봤더니 비에이역에서 아오이이케, 청의호수, Blue pond까지는 540엔이고 22분 걸린다고 그려져있었고 다음 목적지인 시로가네온천까지는 220엔에 5분 걸린다고 적혀있었는데 시로가네온천까지는 버스시간이 맞질않아서 청의호수를 본 다음에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버스를 탈때 받았던 버스표를 보면 일본어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24라는 숫자가 적혀있는데 이 숫자가 아마도 내가 버스를 탔던 정류장을 가리키는거라서 내릴때 탔던 곳에서 내리는 정류장까지의 요금을 내야하는거 같았다.
우리나라 버스같이 그냥 한번타면 멀리가던 가까이가던 똑같은 요금을 내는게 아니라 운전석 옆에 각 정류장마다 내야하는 요금이 실시간으로 바뀌면서 모니터에 나오기때문에 이걸 보고 알맞는 요금을 내야한다.
십여년전에 이걸 모르고 시가고겐 스키장에서 내릴때 그냥 내가 생각해둔 요금만 냈더니 운전사가 인상을 쓰면서 뭐라고 했는데 쓰미마셍이라고 말하고 내려버렸던 경험이 있다.
언제 내려야하나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다보고 있는데 많이 알지 못하는 한문중에서 그래도 아는 청자가 모니터에 나오고 다음에 있는 일본어는 스타게이트에 나오는 거하고 비슷하게 생긴 상형문자가 나열되어있길래 여기다 싶어서 손에 꼭 쥐고있던 버스표와 동전 540엔을 운전사한테 내고 여기가 맞다싶어서 내려버렸다.
버스에서 내리는데 나하고 어떤 젊은 남자애 둘만 있어서 썰렁했는데 다헹이도 외롭게 서있는 버스정류장 표지판에 백금 청의호수 입구라는 일본어가 적혀있어서 제대로 내렸다고 안심을 하였다.
이 어려운 길을 드디어 찾아왔다는 기쁨에 소복히 쌓여있는 눈길을 걸어가는데 이제는 크게 영어로 블루 폰드라고 안내판이 서있었고 엔트란스라는 영어도 적혀있는게 그래도 청의호수가 유명한 관광지이구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부슬부슬 내리는 눈을 맞아가면서 한개밖에 나있지않은 길을 흥얼거리면서 몇명 되지않는 관광객들과 걸어가다 청의호수까지 왔다고 생각해서 봤는데 아니 이건 아니야라는 실망감이 몰려왔다.
청의호수라는 이름이 말하듯이 책에서 사진을보면 파랗게 고여있는 작은 호수에 높게 솟아있지는 않은 작은 나무들이 물위에 있어서 파랗다는 청의호수 이름이 붙여있는데 겨울이라 호수는 다 얼어서 하얗게 눈이 쌓여있고 나무들은 잎이 다 떨어져서 앙상하게 가지만 있는게 아마도 이런건 우리나라 뒷동산에도 눈오면 볼수있을거 같아서 왜 겨울에는 여기로 관광버스가 운행을 안하는지 알수있을거 같은게 한마디로 말하면 볼게없는거 같다.
볼거없는 겨울의 청의호수를 보고나서 내가 이거 보러 후쿠오카에서 일본을 횡단해서 하루종일 신칸센타고 여기까지 왔나하고 투덜거리면서 추운 눈길을 걸어가면서 시로가네온천까지 가고있는데 비록 청의호수는 제대로 보질 못했지만 하얀 눈길위에 앙상하지만 가지만 나있는 겨울나무들 위로 맑은 하늘에 해가 밝게 빛나고 있는데 이게 사진으로 보았던 청의호수만큼 더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같았다.
오늘 후라노에 있는 마일드세븐 트리나무는 방향이 반대쪽이라 가질 않지만 비슷한 그림이 여기에도 있어서 이걸로도 만족을 했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청의호수하고 마일드세븐 트리나무 다음으로 아름다운 비에이의 사진인거 같았다.
버스로는 6분거리이지만 걸어가는데 혹시 리락쿠마가 불쑥 나타나서 덮치면서 돈을 뺏어가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가다가 언제나 시로가네온천이 나올려나 핸드폰에 있는 구글지도를 보면서 위치를 파악하면서가는데 40분정도를 걸어가니 드디어 건물이 모여있는 마을이 보였다.
가다가 움직이는게 있어서 리락쿠마가 아닌가 깜작 놀랐는데 다행이도 리락쿠마는 아니고 어떤 남자 둘이 나하고는 반대방향으로 청의호수쪽으로 걸어가는 거였다.
시로가네 온천까지는 걸어서 왔는데 다른 문제는 여기에서 또 어떻게 비에이의 관광지인 수염폭포를 찾아가야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가다가보니 영어로 하얀수염폭포를 왼쪽으로 가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조금만 걸어가면 이런 우리나라 625전쟁때 피난하기위해서 철도위에서 떼지어가는 사진에서나 보던 하얀 철교가 있는데 이게 보이면 수염폭포까지는 다 온거다.
여기도 관광객이 사진에 나온 저 여자 하나하고 나뒤에 조그만 경차를 몰고온 커플 밖에 없어서 나혼자서 마음껏 즐길수가 있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때문에 걸어다니기도 힘든 곳에서 사진찍기도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아무도 없으니까 나혼자 무슨 짓을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조금 있어서 이렇게 발밑으로 아무것도 없는 특전사 스카이다이빙이나 관광지의 타워나 절벽 유리전망대 같은걸 개인적으로 좋아하질 않는데 이 철교에서도 무서워서 조심스럽게 한발작씩 옮기면서 수염폭포가 어디에 있나 두리번거리는데 철교 오른쪽 밑으로 바로 그 수염폭포가 보였다.
겨울의 청의호수를 보고 실망해서 이것도 그러지않나 걱정을 하면서 왔는데 수염폭포는 하얀 눈에 많이 쌓여있지만 아직 다 얼진않고 폭포같이 물이 흐르고 있었고 오히려 어떤 곳은 흘려내리는 물이 고드름처럼 얼어서 길게 늘어트린 커다란 수염처럼 보여서 하얀 수염폭포라는 이름이 겨울에 더 어울리는거 같았다.
그래도 이렇게 멀리 일본 북쪽끝까지 와서 청의호수의 실망감을 말끔이 없앨 정도로 강력한 수염폭포를 보고나서 득템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이제는 가볼까하다가 철교 왼쪽을 바라보니 수염폭포처럼 절경은 아니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강물 옆을 하얀 눈이 덮으면서 멀리 보이지 않을때까지 안개에 쌓여서 이어지는걸 보고있는데 바다의 지평선을 보는것처럼 차분해지면서 나름대로 비에이의 절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얀수염폭포를 감동깊게 보고나서 시간을보니 아직 1시30분밖에 안됐는데 여기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4시가 넘어야 있어서 그동안 시로가네 온천에서 추운데 걸어왔으니까 따뜻하게 온천물에 몸을 담갔다가 가볼까하다가 갈아입을 옷도 안가지고오고 목욕할 용품도 가지고온게 없어서 그냥 따뜻한 국물이 있는 밥만 먹고가기로 했다.
이 표지판을 보면 시로가네온천이 대설산국립공원에 있는거 같은데 어쩐지 눈이 좀 많이 쌓여있다고 생각은 했다.
아까 버스를 타고 내렸었던 곳 바로앞에 있었던 작은 식당에서 마침 일본식사가 있길래 따뜻한 우동이라도 한그릇 먹고 추위를 녹여볼까하고 들어갔는데 나이든 일본 아주머니가 있기는 한데 손님도 없고 그냥 앉아있기만해서 벽에 붙어있는 뭔지모르는 국물이 있는 그림을 가리키면서 달라고 했더니 긴장한 얼굴로 일본말로 길게 뭐라고 얘기하는거다.
아무래도 못알아들어서 핸드폰에 있는 파파고번역기를 키고 말하라고 부탁하면서 입앞에 갖다대서 번역을 했는데 홋카이도사투리가 섞였나 글이 몇개 깨지기는 했는데 대강 지금은 식사를 할수 없다는거 같았다.
다른데 밥먹을데 없냐고 물어보니 주위에 있는 호텔을 가르켜줘서 다 가보고 관광안내소에도 가서 물어보았는데 아무래도 여기 시로가네온천에 관광객이라고는 나하고 두세명밖에 없어서 그런지 호텔식당도 전부 식사를 할수 없었고 마지막으로 가본 파크힐이라는 리조트1층에 식당은 문을 안열었지만 기념품가게가 하고있어서 거기에서 온천기념화고자 12개를 650엔에 사고 100엔을 넣고 따뜻한 머신커피를 한잔 뽑고 아무도 없는 로비의자에 혼자 앉아서 처량하게 맛은 좋을려나 볼려고 한개 집어 먹어보았는데 일본 화과자는 여기 홋카이도 시로가네에서도 너무나 맛이 있는거다.
커피하고 홀짝홀짝 마시면서 한개씩 먹는데 비록 따뜻한 우동국물은 아니었지만 달콤한게 맜있어서 못먹을거 같았던 12개나되는 화과자를 후다닥 맛있게 다 먹어치워버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기나긴 3시간동안 휴렛패커드 노트북을 꺼내서 포켓와이파이로 인터넷을 하다가 창문밖을 보았는데 눈앞에 이번에도 아까 시로가네온천까지 걸어오는동안 보았던 마일드세븐 트리나무같은 풍경이 또 펼쳐져 있는거다.
이번에는 해가 지는 블루색이 나는 하늘이었는데 약간은 멜랑콜리한게 무디블루스의 퀘스쳔 어브 발란스 앨범에 9번째에 수록되있는 멜랑콜리맨이라는 곡이 생각나서 노트북에 저장된 곡을 듣고 다시 보았더니 기분이 진짜 멜랑콜리해지는거 같았다.
블루는 원래 우울함을 나타내는 색깔인데 지금 여기에서 따뜻한 국물을 못먹으니까 약간 우울해지는거 같기도하다.
핸드폰으로 내 셀카도 한장 찍었는데 이 사진은 한때 내 페이스북, 카카오톡에서 프로필사진으로 선정되어 한동안 내 이미지를 멜랑콜리하게 만들어주었다.
따뜻한 국물이 있는 우동은 못 먹었지만 맛있게 먹은 한문으로하면 백금이라는 시로가네온천 기념 화과자이다.
아무래도 창밖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을 나가서 창문을 거치지않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봤는데 역시 자연스러운 사진이 렌즈가 유리에 반사되지않아서 색이 더 자연에 가까워져서 좋은거 같았다.
4시가 넘어서 이제는 비에이역으로 돌아가는 버스가 올 시간이 되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내가 3시간동안 앉아있었던 파크힐은 호텔같이 생겼지만 온천도 할수 있어서 우리나라로 따지면 온양온천같은 곳인거 같은데 시설도 괜찮고 크기도 커서 여기에서는 고급이지만 왜 이 추운 겨울에 온천에 사람들이 이렇게 없는지는 모르겠다.
한가지 좋은점은 프론트데스크에 있는 여자직원이 이뻐서 한 3시간동안 앉아있어도 시간 가는줄은 몰랐다.
이제는 시로가네온천에서 유유자적하면서 무려 3시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비에이역으로 4시43분에 다시 돌아가는 도호쿠버스를 타기위해서 아까 걸어올때 봤던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버스정류장 안내표지판에는 비에이역에서 봤던 거하고 똑같은 내용의 글이 적혀있었다.
시간이 아직 4시밖에 되지않았는데 홋카이도는 벌써부터 어두워져서 대설산국립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도로위에는 많은 눈이 쌓여있었고 길가에는 시골에서 보기힘든 앤틱한 가로등에 조명이 들어와서 비추고있는데 이게 또 겨울에서만 볼수있는 운치있는 설경이다.
버스를 타고갈 반대쪽 도로를 보니까 왼쪽으로는 관광안내소 앞에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위해 만들어놓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작은 하얀조명으로 반짝이고 있었고 오른쪽에는 아까 영업을 하지않는다고 해서 따뜻한 우동을 먹지 못했던 그 문제의 식당이 지금은 저녁이라 영업을 하는지 실내조명을 켜두고 있었다.
일본은 버스도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지 시간표에 나온 출발시간인 4시43분이 되니까 1분도 틀리지않고 정확히 4시43분에 낡은 도호쿠 시골버스가 도착하였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기차나 버스같은 교통수단을 타고다니려면 혹시 취소되어서 안오지 않을까 아니면 빨리 오거나 늦게와서 여행을 망치지않을까 걱정을 많이하게 되는데 일본에서는 철도나 버스 직원들이 물론 천재지변이 아니면 취소되는 일도 없고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1분도 틀리지않게 정확히 와서 여행다니는 사람들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일본 직원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로 걱정을 많이하는 걱정인형처럼 보인다.
시로가네온천에서 버스를 탈때에는 온천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퇴근시간이라서 집으로 가야하고 관광객들도 호텔로 돌아가야해서 그런지 타는 사람들도 열명정도가 타고가서 좌석이 앉을데가 없을 정도였다.
내가탄 시로가네온천은 정류장 번호가 2번으로 거의 마지막 정류장인거 같은데 그래서 비에이역까지 가는 요금도 올때는 중간에 청의호수에서 내려서 540엔이었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마지막 정류장끼지 가는 거라서 650엔을 내릴때 이 번호를 보여주면서 내야한다.
비에이역에 도착해서 보통열차를 기다리는동안 벽에 가는역까지 요금이 다 적혀있어서 비에이역에서 삿포로까지 가기전에 갈아탈야할 아사히카와까지 요금이 얼마인가 봤더니 540엔으로 그렇게 비싸지는 않고 우리나라에서 인천공항가는 지하철요금하고 비슷하다.
일본은 이렇게 버스도 그렇지만 기차도 한정거장마다 거리에 따라서 요금이 다 다른데 물론 나는 올때처럼 JR페스만 쓱 보여주기만 하면 무료로 탈수있다.
다른 벽에는 기차시간표가 있었는데 아사히카와로 가는 기차와 반대쪽인 후라노로 가는 기차가 적혀있는데 내가 타야할 아사히카와로 갈 기차는 6시39분에 출발한다.
비에이라는 지역명이 희한해서 영어인가 생각했는데 지금 찾아보니까 인터넷에서도 찾기가 힘들었는데 홋카이도 원주민언어인 아이누어인 피이로 기름기가 돌고있다라는 뜻인데 여기가 농작물이 많이 있어서 주민들이 모두 농업에 종사하고 있고 후라노로 가면 여름에는 많은 꽃들과 언덕으로 유명하다니까 이 지역 이름은 그래서 붙여진거 같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니까 아까 식당에서 말하던 아주머니의 이상한 일본어도 여기 홋카이도 원주민어인 아이누어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보통열차가 출발하는 6시39분 1분전인 38분에 정확하게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 저녁 늦게 어두울때 라이트를 키고 눈이 쌓인 기차를 타려고 기다리는건 태어나서부터 한번도 못본거 같은데 홋카이도에 여행오니까 이런 진풍경을 볼수있었는데 천천이 조용하게 들어오는 일본열차를 바라다 보고있으니까 문득 눈길위을 달리는 옛날 증기기관차가 조용하게 깔리는 명장면으로 유명한 히로시에 료코 주연의 철도원이라는 일본영화가 생각난다.
아기를 키우고있는 나이많은 철도원이 감기로 애가 사망하고나서 슬픔에 잠겨 계속 열차를 운전하다가 이제는 다커버린 히로시에 료코가 갑자기 나타나서 소녀같이 이쁘게 큰 딸과 즐겁게 지내는데 이게 꿈이었다라는 걸알고 마지막에는 평생 직업이었던 눈이 쌓인 철도길위에서 쓰려져서 죽는다는 슬픈 줄거리이지만 수북히 쌓인 눈위를 달리는 일본옛날 증기기관차의 모습은 지금 내눈앞으로 달려오는 아사히카와행 보통열차처럼 아즈넉하게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올때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린거 같았는데 갈때는 20분밖에 안걸려서 금방 아사히카와에 도착하였다.
아사히카와에 도착하니 6시가 넘어서 여기에서 저녁을 먹고갈까 생각했는데 마땅히 먹을데도 없고 삿포로까지 가는 특급열차가 바로 10분후에 출발하는 거라서 그냥 빨리 삿포로로 가서 거기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를 오가는 열차는 카무이하고 라일락이라는 2종류의 특급열차가 있어서 올때는 카무이를 타보았으니까 갈때는 라일락을 타볼려고 했는데 그만 이시간 이후로는 라일락이 없고 카무이밖에 없어서 어쩔수없이 저녁 6시30분에 출발하는 카무이42를 타고 가면 7시55분에 한 1시간이 좀 넘게걸려서 삿포로에 도착한다.
삿포로에 도착해서 카무이42를 앞에서 보았더니 눈길을 헤치고왔는지 앞부분에 눈이 하얗게 많이 덮혀있는데 그 모습이 꼭 눈이 두껍게 쌓여있는 산위에서 힘겹게 스키를 타고온 익스트림 스키어같아서 더 멋있게 보였다.
삿포로에 도착하니 그렇게 멀지는 않았지만 보통열차를 1시간동안 타고가서 비에이의 아름다운 풍경을 다보고 하루의 여행을 무사히 끝냈다는 생각에 긴장이 쫙 풀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삿포로역에 도착하니 벌써 8시가 넘어서 9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이라 어디를 가나 이렇게 늦은 저녁에는 식당들이 문을 닫을 시간이라 문연 식당이 있나하고 먼저 옆에 있는 다이마루백화점으로 가봤더니 백화점은 지금 문을 닫을 시간인데 어제 저녁에도 잠깐 둘러보았던 바로 붙어있는 스텔라플레이스라는 다른 작은 백화점 맨 위층에 있는 식당가는 아직도 영업을 하고있고 12시까지 한다고 백화점 안내판에 적혀있길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식당가를 돌아다니다가 북해도인 홋카이도에 왔으니까 긴린이라는 북해도요리집에 들어가서 여기에서 유명한 해산물덮밥을 1680엔에 주문해서 먹었다.
식당도 괜찮고 요리가격이 꽤 있어서 먹어보았더니 내가 해산물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들어있는 여러가지 큼직한 회하고 생새우에다가 홋카이도에서 유명하다는 알이 싱싱하고 한국에서는 잘 안먹는 일식 덮밥도 입맛에 맞아서 맛있게 먹었더니 오늘은 비에이의 절경에다가 맛있는 북해도 해산물덮밥까지 제대로 관광을 한 하루이다.
해산물덮밥이 너무나 맛있고 하루종일 여행으로 몸이 힘들어서 마시고 푹 잠잘려고 도시이름하고 똑같은 일본에서 아사히맥주 다음으로 많이 팔린다는 삿포로맥주를 한잔 시켜서 시원하게 마셔봤는데 시원한 맥주맛이 좋긴한데 내 입맛에는 아무래도 아사히맥주가 알맞고 삿포로맥주는 약간 쓴맛이 있는데 쓴맛의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맞는 맥주인거 같다.
스텔라플레이스 6층에 있는 북해도요리집인 긴린은 한문을 번역하면 은색비늘이라는 이름인데 그러고보니 이번 일본횡단철도여행에서 처음에 갔었던 규슈에 있는 유후인에 있었던 긴린호수하고 이름이 같은데 인테리어도 일본풍이 나는게 좋고 깨끗해서 저녁에 술한잔 기울이면서 식사하기에는 좋은 곳인거 같다.
식당가를 나오면 바로옆에 일본에서 많이 볼수있는 튤리스 커피전문점이 있어서 아메리카노 아이스커피를 320엔에 입가심으로 시원하게 한잔 마셨다.
비에이가 유명한 관광지이긴 하지만 풍경은 아름다운데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좀 심심했는데 튤리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앉아서 보니까 어느나라나 커피샵이 여자들이 많아서 물이 좋은데 홋카이도는 기차면 기차, 호텔이면 호텔, 커피샵이든 어디를 가나 아가씨들이 이쁜데 도대체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이틀내내 그러니까 궁금해지기도 하다.
이쁜 홋카이도 아가씨들을 보면서 커피를 홀짝홀짝 마셨던 튤리스커피이다.
그런데 일본은 커피가 어디를 가나 콜드브류처럼 진하고 쓴맛이 나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맛볼수없는 진한 커피맛이다.